2021. 1. 25. 23:10ㆍ회고/개발자 되는 길
번아웃은 하는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면서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새해가 된지 2주가 흘렀을 때쯤 오류 때문에 몇시간 동안 좌절에 빠져 프로젝트를 잡고 있다가 성과없이 버스를 타러 나갔다. 정류장에 섰는데 급격한 정신적인 피로감이 몰려와 좌절감, 우울 그리고 무기력함에 감정이 무너졌다.
그러고 말겠거니 했다. input 대비 output이 적지만 이런 날들을 버티다보면 프로젝트를 완성시키고 개발자로서 성장할거라 입버릇처럼 말했다. 하지만 그 날의 감정은 오늘까지 남아 생활과 하는 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프로젝트 진행에 지장을 주고 있다.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이 나쁘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좋지 않은 습관이 있다. 예를 들어 이번 일을 겪으면서 난 이렇게 생각했다.
'정해진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결과물도 허접하면서 내가 무슨 번아웃? 의심조차 하지마라. 넌 출근도 안하는 편한 백수잖아'
'늦게자서 피곤하고 무기력한거야. 다 너 때문이야, 충분히 할 수 있는 작업인데 너가 약해빠지고 게을러 터져서 프로젝트도 늦어지는거야. '
'아 오늘도 힘들겠지. 처음 보는 API인데 어떻게 해야되나. 잠이나 더 자자. 지금 나가도 졸려서 제대로 집중 못할거야. 코드도 완성 못할거야. 기한도 못맞출거야. 못할거야... 못하니까... 엄두가 안나는데 어떻게? 의욕이 생길때까지 기다려보자...'
어느샌가 못하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고 끊임없이 나 자신에 대해 실망하는 이런 영혼을 갉아먹는 현상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보인다. 이틀 전에 무기력함이 너무 오래 지속된다고 생각돼 '번아웃'을 한번 검색해보았다. 그 중 괜찮은 기사를 읽었는데 한 시점을 기점으로 모든 일이 귀찮고 뭐든지 못할것만 같은 증상이 지금의 나와 같았다. 번아웃이었다.
모든 일이 귀찮은 마음, 왜 이런 걸까요?(번아웃 이겨내기 관련기사)
'하지만 이렇게 익숙한 대로만 살면, 권태로워지고 의욕은 점점 사라집니다. 삶은 무의미해지고, 마음은 메말라버립니다....(중략) 강을 건너야 산을 오를 수 있는 여행자가 '귀찮게 왜 강물에 발을 담그려 하니? 저 물은 차갑고 송곳에 찔리는 것처럼 아플 거야. 강을 건너는 건 귀찮은 일이야. 그냥 뒤돌아버려.'라는 내면의 목소리에 굴복해서 그냥 주저앉아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
'의욕은 새로운 경험을 반복해야 유지되는 겁니다. 새로운 자극을 받게 되면, 우리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거든요. 이 도파민은 의욕과 열정을 발생시킵니다. 흥분되고 짜릿한 느낌도 도파민 때문이고요. 약간 불확실하고, 약간 불편하더라도 새로운 경험을 피하지 말아야 합니다...(중략) 처음부터 잘하려고 하거나, 즐거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지 말고, 일단 시도해 보고,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체험해봐야 합니다.'
- 기사 본문 중
기사를 읽고보니 익숙함을 잘 느끼는 편이라면 오히려 좀 더 다이나믹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해야겠다. 일상생활에 쉽게 익숙해지고 권태를 잘 느끼는 편인데 그럴때면 해오던 휴식(넷플릭스, 음식, 유튜브)만 찾고 새로운 활동은 꺼린다. 지금의 상태에서 행여나 더 나빠질까봐 두려워서, 괜히 도전했다가 자신감, 자존감만 잃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런 걱정은 '즐거워야한다' '잘해야한다' '잘보여야한다'라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생긴다. 기준이 높아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들고 실패를 피하기 위해 도전자체를 회피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꾸 우울하고, 하는 일이 귀찮고, 내 자신이 낮아보이는 무기력함이 찾아오는, 그러니까 번아웃이 온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기존의 하던 일도 두려운데 새로운 도전까지 너무 버거운 우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우선 번아웃은 물리적인 해결책이 없는 특성 상 가만히 앉아서 하는 일에서 주로 발생한다. 따라서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를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다행히 헬스에 재미를 붙여서 몇 달째 다니고 있는데 이제부터 저녁 7시가 되면 남은 일이 얼마나 많던간에 헬스장으로 가서 1시간 가량 가볍게 운동을 하고 다시 작업하는 공간으로 가서 좀 더 시간을 할애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한다.
그리고 지금 내가 좋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알아도 어렴풋이 아는 것이지 정확히 어떤 감정이고 행동의 원인이나 결과에 대해선 모르고 번아웃을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감정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치유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있다. 우리는 생각보다 스스로에 대해 모르면서 살고 있다. 사실 남에 대해 알려고 하는 노력보다 더 많은 시간을 나에게 투자해야 한다. 날마다 종이 노트나 개인 블로그에 그 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꼬여있기만 하던 실타래가 정리된 모양으로 달리 보일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이미 효과를 보고 있으니 입증된 셈이다.
마지막으로 각자 생각할 때 삶의 가치를 키워줄만한 일을 한 가지 찾아 하는 것이다. 나에겐 독서다. 직접 경험하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지식들을 책으로 접하면 생각이 국한되지 않고 사용하는 어휘도 늘기 때문에 살아가는데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일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는 몸을 움직이면서 해소해주고, 날마다 기록하며 지금 내 자신에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며 신경써주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삶의 가치를 높여주는 일을 찾아하면 자존감과 성취감이 높아질 것이기에 그러면 남은 건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나는 일 뿐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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